KTX 극장석과 영화 미스트(Mist)
1월 24일 학교에서 과 집부 부장회의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2주간의 방콕 생활을 청산하고 중국가신 부모님 몰래 부산에 다녀왔습죠. 13시 반까지 학교에 도착하기 위해 집에서 8시에 출발, 여차저차해서 간신히 5분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몰래 나온거기 때문에(…라기보다, 보일러 동파되면 안되니까) 당일 집으로 올라가려 했으나, 여차저차 하다보니 어느덧 충주행 막차는 굿바이. 부산에서 하루 머물고 올라갈까 하다가 싸메에게 연락하고 서울로 상경 ㄱㄱ. 부산역에 도착해서 표를 알아보니 바로 출발하는 기차가 극장석만 남았더라구요. 그래서 보니 상행 상영작은 "미스트(Mist)", 하행은 "뜨거운 것이 좋아"…해서, 예매해놓은 표를 변경까지 하면서 한번 타봤습니다.
개조된 극장차의 내부는 생각했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구조는..
1. 비행기처럼 개인 스크린 + 헤드폰.
2. 기차 최전방 벽면의 전면 스크린화(앞뒤 총 2개) + 현재의 좌석 배치와 정반대되는 배치로 감상.
…뭐 이런정도였는데, 평범하게 가운데 TV를 제거하고 스크린을 설치 + 전면과 뒷면에서 프로젝터로 상영 + 각각 화면단위로 스피커 별개설치(총 2개조)로 설치가 되어 있더군요. KTX 운임을 제외하고 순수 영화요금만 7000원을 지불하는 것 치고는 화면 사이즈가 42인치 TV정도밖에 안되는 것 같아서 첫 감상은 실망이었습니다. 게다가 상영준비를 하면서 앞뒤좌우 창문을 전부 폐쇄해버리니 바깥도 안보이고(어짜피 해 떨어진 뒤라서 볼것도 없었지만 기분상 답답하죠. 아무래도.) 하니 뭐랄까, 돈버렸다 라는 생각이 팍 들더라구요.
당일 총 관람객(여행객? 극장손님?)은 총 좌석수의 1/3 정도였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정방향석이라 역방향석 쪽은 그야말로 거친 황야.. 아무튼, 밀양을 통과하자마자 상영을 시작했습니다. (상영 구간은 밀양-광양 사이랍디다.)
영화 내용이야 뭐 익히들 아실테고…
"엔딩이 꼭 해피해피해야할 필요는 없다."라는 관점에서 보면 별 3개/5개 정도는 줄 수 있겠더만요.
특히 스텝롤 부분 연출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또한 스텝롤 끝날때까지 모두 다 틀어준 여승무원의 센스도 굿.
다시 KTX 극장석 얘기로 돌아오자면, 기차는 어둠을 헤치고 대구 대전을 건너지만 극장석 이용객은 전체 손님에 비하면 매우 적은 인원입니다. 그리고 극장석 손님도 기차 손님은 손님이죠. 그렇기 때문에 역에 도착하면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특히, 미스트 같은 분위기 중시의 호러영화를 관람하는 도중에 어디선가 들리는 흥겨운 국악 소리. 띠리리링 띵 띵 뚱 땅~ 이번역은 대전입니다~...
KTX 일반실은 초기부터 좌석 문제로 말이 많았었습니다. 그중 대부분은 방향조절 불가 문제와 의자에 앉아있을 때의 운신폭이 좁다는 것이었는데 극장석에서는 한 가지가 더 추가되더군요. 고개가 아픕니다(..). 화면이 위에 있으니 계속 보고 있어야되는데, KTX 의자는 애초에 그렇게 장시간 고개를 들고 있는 자세를 상정하고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화면에 가까울 수록 각도가 커지고, 앉아있는 자세는 희안하게 됩니다. 최전방인 동반석 자리에서 감상하시는 분들의 자세는 그야말로 아크로바틱.
그 외 몇가지 단점을 더 꼽아보자면,
1. 스피커 시스템이 열악합니다. - 고속주행시 일반실의 방음 수준은 그다지 좋음 편이 못 됩니다.(특실은 안타봐서..) 그걸 개조해놨으니 우우우웅~ 하는 주행소리를 항상 같이 들어야 합니다.
2. 화장실이 붐빕니다. - 상영 도중에 움직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지만(움직이면 매우 민폐. 특히 역방향쪽에서 감상중이었다면 스크린 2개를 가린 상태로 이동해야함), 상영 이후 화장실 사용은 속도가 생명입니다.(사람이 몰립니다.)
3. 팝콘이 없습니다.(..)
이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KTX로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잠만 안 잘 것 같다면 괜찮은 선택이다 싶었습니다.
1. 상영영화들은 극장에 가야 볼 수 있는 최신 영화들입니다.
2. 1의 이유로, 극장가기가 힘든 솔로들도 극장에 걸려있는 최신영화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2-1. 하지만 기차는 기본적으로 커플석 구조이기 때문에 염장의 가능성은 언제든지 존재합니다.
3. 뭣보다 시간이 잘갑니다. 커플은 둘이 놀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겠지만, 혼자 여행하는 솔로는 서울 부산을 KTX로 달리는 것도 지겨운데, 영화 한 편 보고나면 서울 근처입니다.(...)
아무래도 이후 서울-부산 이동시에는 극장석을 자주 이용할 것 같습니다. 요금도 적당하고 (할인카드 이용시 약 4만원).. 그나저나 "나는 전설이다", "미스트" 둘 다 기대 이하라 웬지 실망입니다. 차라리 상행선에서 "뜨거운 것이 좋아"를 틀어줬으면 보면서 하악하악이라도 했을텐데.
(..)
…아무튼, 다음 기대작은 "6년째 연애중"과 "라디오 데이즈" 입니다.
Postscript
"라디오 데이즈"는 그렇다치고, "6년째 연애중" 이건 혼자 극장가서 보기 참 껄끄러운데.. 그렇다고 김하늘씨 나오는데 안볼 수도 없고. 아, 물론 "라디오 데이즈"는 고아성양이 나오기땜시 기대작인 것임!
